《BL만화》와 《동인지》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담은 여성향 블로그입니다.
by 백지
장신영 - 발걸음


<한줄 요약: 따라잡기 힘들 었던 두 개의 발걸음과 세 남자.>




5월에 1권을 구매 후 완결을 기다린 지 7달.
12월 2일 발간된 발걸음 완결편을 받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권의 봉인을 풀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실망이란 말 외에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주인공 이은성은 자신이 게이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오랜 친구 서현호를 짝사랑 한다. 몇 년을 한집에서 동거를 해오지만 솔직하게 고백하면 친구의 자리 또한 내 쳐질까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그 옆에만 머무른다.
서현호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이루던 김영우가 서현호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이은성에게 접근하고, 이영우는 현호에 대한 드러내지 못하는 짝사랑을 빌미삼아 이은성을 계약 애인을 삼게 된다.
오래된 친구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현호는 은성의 곁을 떠나 외국으로 가버리고, 영우는 은성을 진심으로 사랑해 가기 시작하고 둘은 친밀한 연인의 관계로 발전한다. 물론 은성은 아직 영우에 대한 사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강 줄거리는 이러하다.
죽마고우 친구를 향한 짝사랑. 
짝사랑을 하는 남자는 아름다운 얼굴과 강한 주먹이 대비되는 멋진 남자지만 사랑에 대해서만은 소심하기 이를 데 없다. 꼭꼭 숨긴 짝사랑을 들킬까 늘 노심초사.
짝사랑을 받는 남자는 누구에게나 나무랄 데 없는 멋지고 강한 남자. 늘 여자를 사귀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둘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건방진 한 남자.

이 소설에서 느낀 것은 진부함과 식상함이다.
주요 인물 세 사람의 캐릭터도 3자 구도의 캐릭터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했고, 초반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평일한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이은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너무 뻔하고 흔한 설정들의 나열이라서 은성의 극한 상황에도 나는 조금의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친구를 향한 눈물겨운 짝사랑을 또 다른 친우와 술을 먹으며 푸는 상황(짝사랑 친구사이에는 말상대 해주는 이런 친구 꼭 있다)
잠든 친구의 입에 도둑키스를 하는 애틋함, 그리고 잠든 친구는 사실 깨어있다.
친구는 잘나가며 재벌집 아들인데다 복잡한 가정사가 있다. 그리고 여러 여자를 전전하다 진지한 상대를 만난다.
친한 친구가 자신에게 사랑을 느낌을 알고 놀라고 폭언을 하고 내치지만 후에 후회 하며 찾아오는 상황.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들마저 여기저기서 보는 것들이라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현호가 은성에게 보이는 캐릭터가 불안정한 느낌이라 호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속마음으로는 은성을 생각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간혹 던지는 말들이 너무 차갑고 매몰찼다.
생리를 하느냐고 하질 않나, 자신의 애인에게 무례했다며 은성에게 험한 말을 가차없이 내뱉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자마자 놀람보다 혐오에 가깝게 반응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강간까지 가는 행동들.
친구였던 사람에게 사랑의 상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 물론 당황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은성을 아끼는 진심 어린 친구처럼 묘사되면서 겉으로 표현되는 것은 너무도 극명하고 상처 주는 말을 뱉는데 서슴없는 모습은 공감을 갖기 힘들었다.
거기다 대화를 하고 싶다며 현호에게 약을 먹여 산장으로 데려가던 은성의 행동도 도무지..;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김영우라는 인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성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사건들.
부모님의 사업이 실패해서 영우에게 몸을 의지해(실상 몸을 판다는 설정으로) 모델로 데뷔. 워낙 뛰어난 얼굴이고, 기획사 실장인 영우의 뒷손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드라마도 찍고 유명인물이 된다.
은성은 현호가 떠난 빈자리를 영우의 몸과 마음, 재력으로 채워가고.. 잘나가는 집 아들 영우의 어머니는 아들 옆에 있는 남자 연인을 인정하지 못하고 은성에게 떠나 줄 것을 요구한다. 그 후 은성은 영우의 옆을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이런 것도 너무 흔하다)
거기다 영우가  만났던 기획사 가수에게 질투를 받고, 업계에서 몸 팔아 역을 딴다는 오명으로 비난을 당하고..
마지막에는 교통사고까지.
초반부터 마지막 까지 은성에게 건네지는 이런 여러 번의 대사는 진짜 진부함의 절정이다 ....





장신영님의 소설은 늪 1.2권을 읽었고, 적애를 1권 봤었다.
잘 읽히는 대중적인 소설을 쓰는 분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번 소설은 어디서 어떻게 소설적 재미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흔한 설정이나 익숙한 대사들, 이러저러한 소설에서 늘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은 솔직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은 안한다. 짝사랑 류의 소설이 늘 그랬듯이, 이런저런 상황에서는 이런 대사들이 나올 수 없다는것 잘 알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데 뭉쳐지면 나는 재미보다는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매력이 한가득 이라는 은성이란 인물에게 짜증 그 이상을 느낄 없었던 출발점에서 소설 전반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었겠지..
주인공의 매력은 몇 마디 한글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독자들이 그 캐릭터에게 느껴지는 포스와 애정으로 스스로 사랑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는 그 점에서 발걸음을 읽으며 실패했던 게 아닌가 싶다.
오랜 기다림으로 기대가 너무 컸던 내 탓도 있으려니..

후에는 비록 참신한 스토리가 아닐지라도 가슴을 적시고 감정의 동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매력 넘치는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



by 백지 | 2007/12/13 23:42 | 읽고 끄적이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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